여러분들은 혹시 이런 말을 들어 본 경험이 있나요? 미국인들은 간단한 돈 계산조차 제대로 못해서 수시로 계산기의 힘을 빌린다는 얘기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 비해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돈 계산 정도는 간단한 산수 취급을 하며 미국의 중고등학교에 한국의 중고교생이 가게 되면 수학 분야만큼은 교실에서 단연 톱을 기록한다는 항간의 풍문들 말입니다.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실제로 이런 얘기는 미국에 와서 생활하다가 보면 상당한 일리가 있음을 확인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왜 미국인이 그토록 계산을 못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나름 분석하고 간략하게 한번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어제 오후의 일입니다. 글쓴이는 수업을 마치고 미국인 친구들과 함께 가까운 스타벅스 커피점에 가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강의실에서 끝마치지 못한 토론을 이어 갔는데요. 문제는 바로 커피 주문을 하면서 생겼습니다...필자가 에스프레소 커피를 주문하고 10달러짜리 지폐를 건넸는데 계산대의 여자 점원이 50센트를 더 거슬러 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처음엔 필자가 잘못 계산을 했나 싶어 다시 생각을 해 보아도 분명 작은 돈이기는 하지만 거스름돈을 더 받았던 겁니다. 그래서 25센트 동전 2개를 도로 돌려주며 계산이 잘못되었다고 하니까 해당 점원이 계산기를 다시 두드리고 왠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내심 부끄러웠는지 얼굴이 발그레하게 상기되더니만 고맙다고 말하며 제게 미소를 보내더군요. 물론 당시 해당 스타벅스 커피점이 상당히 붐비기는 했었지만, 그 짧은 한순간 솔직히 꽤나 지적인 외모를 가졌었던 백인 아가씨가 왠지 미련하게 느껴지고 일종의 백치미(?!) 같은 것이 살짝 엿보였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주문과정에서 생긴 짤막한 헤프닝을 정리하고 친구들이 둘러앉은 자리에 돌아와서 자초지종을 얘기하며 솔직히 오늘과 같은 경우를 그동안 몇 차례 경험했었는데, 확실히 미국의 점원들이 계산을 하는 속도라든가 정확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듯 하다고 말했더니, 미국 친구들이 웃으며 하는 말이 "아니..그런 행운의 동전을 왜 도로 돌려주었냐" 며 글쓴이를 짐짓 책망(?!)하더군요...^^ 그래서 사실은 나도 그냥 모른 척 거스름돈을 받아 챙길까도 했었는데 왠지 양심상 꺼림칙해서 못했다고 말했더니 연신 고개를 끄떡이며 "넌 참 정직한 사람이구나" 라고 과분한 칭찬을 하는 겁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정도로 칭찬을 받을만한 일은 결코 아니라고 느껴졌고 왠지 더 쑥스럽고 해서, 화제를 강의실에서 못다한 토론으로 돌려서 얘기를 얼추 끝마치고 집에 돌아와 미국인들과 계산의 함수관계에 대해 곰곰히 생각을 하다가 문득 머릿속을 스쳐가는 것이 있었습니다.

  미국인들이 계산을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어릴 때부터 전자 계산기를 많이 사용해서 간단한 돈 계산도 많이 느리고 틀리는 측면도 분명히 있지만 그들이 돈을 대하는 관념이나 가치관이 우리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필자가 그동안 마트에서 물건을 사면서 느끼곤 했었던 문화적 차이에 대한 측면들과 관련된 부분이란 사실이 문득 뇌리를 때린 겁니다. 

  1.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가령 우리는 백화점이나 시장에 가서 물건을 구입한 후 돈을 지불하면 점원이나 상인은 거스름돈을 건네줄 때 마이너스의 개념을 적용합니다. 즉, 내가 10000원을 지불하고 5000원짜리 물건을 구입했다면 10000원 - 5000원의 개념으로 간단히 계산을 마치고 거스름돈 5000원을 건네 주지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내가 10달러를 지불하고 5달러짜리 물건을 사면, 점원은 우선 물건값 5달러를 말하고 나머지 금액 5달러를 건네주는데 통상 이런 식입니다. 점원이 손에 1달러짜리 지폐를 들고서 1달러,2달러라고 한장 한장씩 입으로 소리를 내어 세면서 5달러를 만든 후 건네주곤 하더군요.

  어차피 물건을 구입하는 것은 소비에 해당하며 말 그대로 내 주머니에서 돈이 빠져 나가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 미국인들은 돈을 지불하거나 물건을 사면 상인이나 점원은 통상 물건값과 함께 마치 거스름돈을 해당 물건에 보너스로 얹어주는 개념으로...다시 말해 손님의 돈을 축내는 것이 아니라 물건과 함께 돈을 채워준다는 제스쳐를 취함으로써 물품 구매의 이유야 어찌되었든간에, 해당 고객이 소비로 인한 손해심리를 조금이나마 덜 느끼게 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돈 계산을 하려다가 보니까 자연히 계산이 더딜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가뜩이나 돈에 대한 개념을 이런 식의 일종의 플러스 개념을 쓰는 것도 상당히 복잡할텐데, 거기에 한수 더떠 동전도 1센트나 5센트, 10센트 동전도 모자라서 복잡하게 25센트 동전까지 사용을 한다는 점입니다. 글쓴이가 경험하기에도 마트나 기타 상점에서 주로 문제(?!)의 25센트 동전 계산에서 실수를 하는 것을 종종 보았는데도 말입니다.

  3. 그래서 이 부분을 좀더 곰곰히 생각해보니, 미국에서 사용하는 각종 단위도 헷갈리기 딱 좋게 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거리나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를 cm, m 혹은 km를 사용하면 간단할텐데 미국 사회내에서는 평상시에 인치, 피트, 마일같은 단위를 쓰고 있지요. 무게나 질량을 표시하는 단위도 굳이 g이나 kg이 아닌 온스나 파운드같은 단위를 표기하곤 하는데 이 단위들은 10 이라는 숫자로 정확하게 떨어지지 않는 소숫점 이하의 수를 포함하여서 정확한 값을 일일히 기억하기도 힘든 단위들임은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더더욱 미국인들이 머리로 하는 암산이나 손으로 필기하는 계산보다는 전자 계산기를 두드리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미국인들이 이런 복잡한 단위를 선택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점에 생각이 미쳐서 간략하게 언급하고 가겠습니다.

  글쓴이가 바로 위 문단에서 언급한 단위들은 모두 다른 나라 혹은 시기와 유래가 다른 역사적 연원을 가진 단위라는 사실을 여러분은 혹시 알고 계시나요...

  미국인들이 굳이 편한 단위를 놓아두고 이런 단위를 쓰는 이유가 그만큼 그들이 다민족 문화와 다양한 역사적 연원을 가진 관습 등을 미국이라는 하나의 국가 아래에서 적절히 조화시키고 융합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는...다시 말해 문화적,역사적 측면이 컸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볼때 어쩌면 한국과 같이 세상을 너무 타산적으로 혹은 너무 단순화하거나 획일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사회가 간단한 돈 계산같은 것들은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단위를 더 많이 쓰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나름 가져 보았었습니다.


  4. 마지막으로 미국인들이 계산을 못하는 이유는 이미 오래 전에 미국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인데, 한국의 학생들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수학이란 과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미국 친구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그 이유가 사뭇 충격적(?!)이더군요.  필자는 나름 수학이란 학문이 워낙에 어렵고 딱딱하며 왠지 지루해서라고 대답을 할 줄 알았었는데 미국 친구들이 말하길, 수학은 본질적으로 정확성을 요구하고 그러다보니 양단간에 결말을 요하는 , 다시 말해서 흑백논리를 강화하는 측면이 상당히 강하며 그런 부분은 인간미가 떨어지고 너무 냉정하게 느껴져서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당시 글쓴이는 내심 미국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보통 합리적이고 효율성을 추구하며 굉장히 타산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대답은 정말로 뜻밖이었고 실제 그들과 지내보니까 분명 이들도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이었으며 나름의 또다른 인간미가 흐르더군요. 그리고 어쩌면 바로 이런 부분들 때문에 그들이 자잘한 계산에 밝지 못한 동시에 미국에 정착한 한국인들이 너무 돈 계산에만 밝고 이해타산적이라는 잘못된 인식과 오해가 미국 사회 내에 광범위하게 퍼지게 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잠시 해 보았었는데, 미국인들이 계산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여러분은 어떤 의견과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Posted by 네 오 N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