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비판2009. 6. 19. 01:35
  여러분은 다른 이들로부터 자신이 속한 국가나 집단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이나 평가를 들어 보신 경험이 있나요? 그럴 경우 여러분은 통상 어떻게 대처하십니까? 그런 비판을 쏟아내는 이들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고, 뭔가 반성할만한 부분을 찾아 보시나요? 아니면 그런 일체의 말들을 자신들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집단적인 대응으로 맞서거나, 그런 말을 하는 이들을 수시로 괴롭히고 아예 입을 막으려고 하십니까?

  필자가 다음 뷰에 사회 혹은 정치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이슈에 대한 비판 글을 송고하거나 다른 이들의 비판 글을 읽어보면, 항시 댓글란은 해당 포스팅을 작성한 이에 대한 욕설과 인신공격이 무슨 수학 공식처럼 난무하는 현상을 보게 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국가에 대한 비판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듯 합니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은 자신이 속한 국가와 집단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까요? 오늘은 어떤 한국인 유학생이 경험했던 사례를 통해 소위 혹독한 내부 비판을 받은 어느 미국인 교수의 모습과 함께 누군가로부터 비판을 받게 된 상황에서 한국인과 미국인의 근본적 차이는 무엇인지를 한번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유학온 지 2년차가 되어가는 K씨. 그는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는 굉장히 똑똑하고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런 그에게 뜻하지 않은 사건이 하나 생겼습니다...

  어느 날 그의 지도 교수가 미국의 민주주의와 매스 미디어와의 상관관계를 논하는 리포트를 작성하라고 학생들에게 과제물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K씨는 자신이 평소 즐겨 보았고 나름 심도있는 이해를 하였다고 믿었던 노엄 촘스키의 견해를 빌려서 미국 민주주의의 퇴보를 강력하게 성토하고, 그 기저에는 지나친 매스 미디어의 상업성과 정치적인 결탁을 꼬집으며 신랄한 비판을 가했었는데요. 리포트의 내용 중에는 이라크 전의 발발 계기와 그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과도한 정보 통제, 그리고 매스 미디어의 의도적인 왜곡 보도를 꼬집는 구절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가 이런 비판적 내용의 리포트를 제출하고 후에 해당 리포트에 대한 평점을 확인해 보니, 해당 교수가 자신에게 F 를 주었더랍니다. K씨는 이런 상황에 대해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어서 담당 교수에게 따지러 갔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담당 교수의 대답이 K씨가 쓴 리포트의 상당 구절이 노엄 촘스키의 서적을 무단으로 인용하였기에, 이른바 0점 처리를 하였다고 답변을 하더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K씨는 당시 리포트 하단에 분명히 노엄 촘스키의 서적에서 일부를 발췌하거나 인용하였음을 밝혔었고, 인용 구절은 특별히 색인까지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도 교수가 이런 식의 답변을 하였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K씨는 학적과 사무실에 상세한 경위를 보고하는 한편, 자신이 속한 과의 다른 학생들에게 이 사실을 상세히 알리고 그들의 지지를 부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친구들을 통해서 지도 교수가 미국 공화당의 골수 당원이라는 사실을 뒤늦게서야 알게 되었고,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자신의 리포트가 F학점 처리를 받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더욱 자신이 처한 부조리한 현실을 도저히 묵과하거나 받아 들일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는 정치학과에 속한 다른 미국인 친구들의 지지와 함께, 소위 말하는 학생들의 교수에 대한 능력 평가라는 방법으로  해당 교수에게 맞섰다고 합니다. 학기가 끝날때마다 교수의 강의와 내용애 대한 세부적인 평가를 학생들이 하기에, 그것을 이용한 것이지요.

  결국 지도 교수는 K씨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한편, 그의 리포트 학점을 A로 번경하였다고 합니다.

  여기까지가 K씨가 겪은 일련의 사건입니다. K씨 개인으로 보면, 더 이상 여기에서 논할만한 것들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속한 국가나 집단에 대한 비판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는가라는 문제로 이 사건을 접근하면, 유의미한 사실 몇 가지가 보이는데,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한국에서 지도 교수에게 반발하는 외국인 학생이 어떻게 될까요? 과연 학교 생활하기가 편할까요? 특히나 소위 동남아시아나 제3세계의 국가...다시 말해서 한국보다 국가적 위상이나 국력이 한참 뒤지는 나라에서 유학을 온 어떤 외국인 학생이 한국 사회나 한국인들의 근성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하는 장문의 리포트를 작성하였다면, 특히나 지도 교수가 이른바 폴리패서로써 특정정당과 깊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거나 정치적 신념을 가진 인물이라면, 해당 외국인 유학생이 그런 사실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까요? 그는 해당 유학생에게 과연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까요?

  아마도 한국같으면 절대로 해당 교수가 좋은 점수를 주지도 않을 것이며, 거기에 대해 제3세계에서 유학을 온 외국인 학생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보이지 않습니까? 또한 그런 비판을 한 외국인 학생 혹은 외국인에게 동조하고 힘을 보태려는 한국인 대학생이나 시민들도 거의 없지 않을까요...
 

  아니 어쩌면, 그런 비판을 쏟아낸 외국인 학생을 집단 공격하거나 소위 왕따를 시킬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입니다...

 ...물론 혹자는 이 포스팅이 객관적이지 않다라고 비판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공중파 방송에 나와 한국에 대한 비판을 한 중국이나 일본 혹은 동남아시아의 외국인들이 대중들로부터 통상 어떤 취급을 그동안 받았었는지 생각하시면 이 글에 마냥 딴지를 걸지는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필자가 이런 식의 단정이나 예측을 하는 이유는 도무지 비판을 받아 들이지 못하는 그동안의 한국 사회를 지켜 보면서 생긴 경험의 소산이며 , 굳이 멀리 갈 것도 없이 인터넷 공간만 살펴 보아도 자신들의 의견과 주장만이 최고이고 절대라는 아주 더러운 사회 풍토가 잠재해 있기에, K씨와 같은 외국 유학생들은 아예 그런 비판은 엄두도 내지 못하게 만들곤 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반면에, 미국 사회도 한국처럼 자기들에 대한 비판에 대해 마냥 관대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용인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그런 주장을 하는 이를 철저히 탄압하고 왕따를 시키거나 마냥 배척하려고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국인과 한국인의 자기 비판에 대한 근본적인 차이를 보았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이나 과장일까요...

  어떤 체제 그리고 어떤 문화를 가진 국가 혹은 사회이든간에 발전을 하려면 모종의 변화가 있어야 하며, 그런 변화를 일으키는 선행 조건이 바로 합리적이고 날카로운 시각의 비판에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왜 한국 사회가 변화를 무조건 거부하거나 정체되어 있다라는 말을 자꾸 듣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은 어떤 의견과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Posted by 네 오 N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