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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1 여자 친구와 술 마시다 차가 끊긴다면... 20
  여러분은 혹시 이런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나요? 마음에 드는 이성을 사귀면 시외나 도심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교외로 나가 시간을 끌어 차가 끊기기를 기다리라고 말입니다. 솔직히 한국에 있을 때에는 이 얘기가 우스갯 소리 내지는 일종의 연애 공식(?!)으로만 여겼었던 필자가 미국에서 생활을 하면서 이 말이 한국의 밤 문화와 이성간 교제에 대한 상황을 잘 반영한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글쓴이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지금부터 한국과 미국의 상황을 비교해서 논하고자 하오니 한번 눈여겨 보시길 바랍니다.
                                                        영화 '생활의 발견' 중 한 장면.

한국에서 여친과 술 마시다가 차가 끊긴다면... 
  과거 글쓴이가 한국에서 여자 친구와 만나서 어울리고 술을 마시다가 보면 간혹 차가 끊기는 적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에는 택시를 태워서 여친을 보내거나 좀더 같이 있고픈 마음에, 비디오 방이나 찜질방 혹은 노래방같은 곳을 가곤 하였었지요. 그리고 심신이 너무 피곤해서 마냥 쉬고 싶다거나 분위기상 그런 장소가 마땅치 않다고 느껴지면, 여관이나 모텔 같은 곳도 종종 가곤 하였습니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여자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밤에 차가 끊긴다고 해서 그다지 큰 염려를 할만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으며, 요 근래 치안이 불안하다고 말들이 많지만 조금 시야를 넓혀 국제적으로 보자면 한국 사회의 밤 거리는 상당히 안전한 측에 속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 반면에, 만약 미국에서 여친과 술을 마시다가 차가 끊긴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미국의 모텔

미국에서 여친과 술을 마시다가 차가 끊긴다면...
  필자가 지금의 여자 친구를 만난지 100일째가 되는 날에 생긴 사연입니다. 당시 글쓴이는 여자 친구와의 100일을 기념하기 위해 나름의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였었는데요. 그것이 무엇이냐면, 평소 잘 가지 않는 낯선 장소의 재즈 바로 여친을 초대한 뒤, 무대 위에서 한달동안 틈틈히 연습한 Westlife의 My Love라는 곡을 글쓴이 본인이 직접 연주하는 기타 반주와 함께 들려준 후, 미리 준비한 소정의 선물 (크리스탈로 된 자그마한 장식품)을 그녀에게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필자의 의도와 연출은 멋지게 성공해서 여친을 크게 감동시키는데 성공했었는데요...문제는 그러다보니 당시 글쓴이도 여자 친구도 평상시와는 달리 분위기에 너무 취해서 상당한 음주를 하게 되었으며, 그렇게 서로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얘기를 나누다가 재즈 바가 문을 닫아야 할 시점이 되었다는 점원의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차가 끊기고 만 것을 깨달은 겁니다. 

  이 부분에서 글쓴이가 전에도 한번 언급하였듯이 미국의 버스는 대부분 오후 11시를 조금 넘기면 운행을 하지 않습니다. 물론 메트로 버스는 자정을 조금 넘겨서도 운행을 한다지만 대부분 주택가와는 거리가 먼 노선을 다니고 당시엔 그마저도 놓친 시점이라 상당히 난감했습니다. 물론 당시 자동차를 끌고 오기는 하였었지만 음주를 한 상태에서 차를 몰고 간다는 것은 미국에서는 사회 생활에 엄청난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기에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으며, 그렇다고 미국 사회에서는 가뜩이나 드물고 비용도 비싼 택시를 부르자니 이미 여친과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술 안주를 많이 시켜서 수중에 남은 돈으로는 계산이 될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이 시점에서 사실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위에서 언급한 사항들은 모두 일종의 핑계나 변명(?!)이었고 그날따라 여자 친구와 계속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했던 측면이 굉장히 컸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나 감사하게도(?! ^^)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좀더 함께 있고픈 마음에, 같이 어울릴만한 장소를 한번 찾아 보았는데요. 미국에서 자정 이후의 시간에는 정말로(!!!) 갈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가게는 자정을 넘기면 문을 닫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 간혹 가다가 보이는 24시간 편의점이나 페스트 푸드 코너의 딱딱하고 서늘하기 그지없는 간이 의자에서 밤을 지샌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리였습니다. 그렇다고 LA 시내 중심가의 나이트 클럽으로 가자니 그것 역시도 택시를 불러야 할뿐만 아니라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해당 장소는 너무 시끄럽고 얘기를 할만한 장소는 결코 아니었지요.  

  그렇게 이곳 저곳 주변을 살피며 둘만의 장소를 찾아보니 눈에 띄는 곳은 결국 모텔이나 여관뿐이더군요. 그런데 여기에서 상당히 흥미로왔던 점은, 미국의 여관, 모텔은 한국의 그것과는 또다른 점들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를테면, 한국에서라면 이런저런 사정(?!)으로 여친과 여관을 들어가게 되는 상황에서 신분증만 간단하게 제시하고 룸 키를 받아서 방에 들어가면 그걸로 끝이겠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가 않았던 겁니다... 

  당시 글쓴이와 여자 친구가 여관에 들어서서 룸을 신청하니, 프론트의 여관 점원이 우선 신분증을 요구하여서 그것을 제시한 뒤, 신원 조회를 하는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고 그것이 끝난 뒤에는 룸을 빌리는 시간이나 옵션 등 (이를테면, 투 베드룸을 쓸 것인가 아니면 원 베드룸을 쓸 것인가와 같은 부분들까지도 세세히 물어 보았다!) 에 대한 일종의 계약서를 작성하다 보니까 얼추 20~30분 정도를 모텔 프론트에서 여친과 함께 그야말로 뻘쭘하니(?!) 대기하는 상황이 생기더군요. ( 사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당시 여관 입구에서 필자가 작성한 것은 단순한 계약서가 아니라 일종의 보증금까지 덤으로 내고 다음 날 우리가 퇴실을 할 시에 방을 훑어본 뒤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
 
  만약 한국 같았으면 이런 상황은 정말 분위기도 묘하고 왠지 쑥스러워서 주위를 계속 살펴야만 하는 그런 풍경이었을텐데 미국은 이 부분에서 대단히 사무적이더군요...^^ 

한국과 미국간 밤 문화의 차이를 생각하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그 날을 보낸 뒤, 글쓴이는 이 부분에 대해서 나름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한국은 여친이나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차가 끊기면 갈 곳이 많은 편입니다. 반면에, 미국은 갈만한 곳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LA 코리아 타운이나 미국 뉴욕같은 몇몇 장소는 예외일 수 있습니다.)

  필자는 바로 이 부분...그러니까 왜 이런 차이가 생겼는지를 한번 생각했었는데요.


  미국은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별로 반기지 않는 사회 분위기와 사람들의 인식에다가 술집의 영업 시간이란 것도 아무리 늦어봐야 대부분 자정이면 문을 닫기에, 일찌감치 집으로 귀가를 하거나 아예 특정 장소를 통째로 하룻밤 내내 빌리지 않을 수 없는 실정입니다. 또한 밤에 술집이나 나이트 클럽같은 곳을 굳이 가지 않아도 학교에서 혹은 친구들의 집에서 열리는 각종 파티에서 이성끼리 자연스럽게 어울릴 기회가 대단히 많습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교회나 시민 회관같은 곳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이성을 사귈 기회도 많구요. 지역 단위로 주관하는 프로그램도 상당합니다. 그러다보니 굳이 한국처럼 저녁에 친구들과 혹은 여친과 만나서 술을 마시고 차가 끊겨 찜질방이나 혹은 여관을 가야 할 일은 별로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에 한국은 사회, 문화면에서 이성간에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기회나 여건이 미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관계로 , 찜질방이라든가 비디오 방 혹은 노래방 같과 같은, 따로 어울릴 수 있을만한 공간이 필요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국에서는 이성간의 만남이나 교제를 위해서 일종의 자리를 마련하거나 따로 멍석(?!)을 깔 필요가 있다는 셈이랄까요...^^

  ...어찌되었거나, 흔히 하는 말중에 남녀간의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 어쩌면 이 말은 밤에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미국보다는 한국의 상황에 훨씬 더 잘 맞는 얘기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얼핏 드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Posted by 네 오 N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