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평론2009. 6. 25. 15:30
  요즈음 한국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그로 인한 정국의 극심한 혼란 그리고 6월 국회 개원을 두고 여야의 신경전이 한창입니다. 가뜩이나 날씨도 점점 여름으로 가면서 짜증스럽고 점점 더워질텐데, 한국의 정치권과 지도층의 행태는 일반 국민들의 짜증과 불쾌지수를 한층 더 올리는 일등공신의 자리를, 덥고 습기찬 날씨 따위에게 내 주기가 싫은 모양새입니다.

  이런 와중에, 무슨 언론 소비자 운동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른바 조중동에 광고를 싣는 기업들의 제품을 불매하겠다라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그런 운동을 하는 이유야, 그동안 조중동이 국민들을 기만하고 소위 왜곡보도를 일삼으며 특정 정치 세력을 일방적으로 비호하기 때문이며, 그런 그들을 가리켜 한국 사회에서는 흔히 수구 언론 혹은 수구 꼴통 세력의 대변자라고들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에도 조중동과 같은 수구 꼴통 세력이 있을까요? 오늘은 미국내의 총기 소유에 대한 논란을 짚어 보면서 미국내의 수구 꼴통 세력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를 가려 보고, 왜 그들이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그 원인을 세세히 짚어봄으로써, 한국 사회와 여러분들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미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총기 소유 그리고 끊임없는 총기 관련 사고
  여러분도 익히 아시다시피, 미국은 총기 소유가 자유스러운 나라입니다. 그러다보니, 총기를 가지고 벌이는 범죄나 사고가 굉장히 많은데요. 각종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매년 약 3만명이 총기류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는 실정이며, 이같은 수치는 브라질이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제외하고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의 총기 관련 사망율이다 보니, 미국인들은 총기 사고에 대해서 항시 불안해 하고 총기 소유 문제가 어떻게든 해결이 되어야만 한다라는 명제 자체에는 대부분 동의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10만명당 약 10.2명이 총기로 목숨을 잃고 있다. 현재 미국의 인구가 약 3억명을 조금 상회하니 산술적으로 계산해보아도 매년 약 3만명이 총으로 목숨을 잃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도표 출처: Economist.com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미국인들은 총기 소유를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하자라는 몇몇 시민단체와 진보적 정치인들의 제안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사정을 잘 모르는 외부인들에게 이런 상황은 정말 이해가 힘든 형편이기도 합니다. 논리나 이치대로만 따지자면, 총기가 위험하고 관리가 되지 않으니까 법적으로 총기 소유를 엄격히 규제를 해서 총기 관련 사고를 줄이고,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꾀하는 것이 상책이며, 사회 구성원들도 그런 제안에 대부분 동의와 지지를 표할 것 같은데, 막상 현실에서는 그렇지가 않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미국의 역사와 정체성 그리고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미국민들의 의식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건국사와 총기 소유와의 관계
  우선, 미국의 초창기 건국사를 살펴보면 미국은 총기로 인해 세워진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총기 소유에 얽힌 미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총기 소유 문제는 비단 미국의 역사나 전통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미국 사회에서 총기를 구입하기가 너무 쉽다라는 사회 구조적인 측면도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사회에서 술을 구입하려면 나이가 21살이 되어야 가능하지만, 총은 18살이 되면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알고 계십니까. 이것은 한국인이 흔히 마시는 술보다도 총을 구입하기가 한결 용이하다는 미국의 암울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일면인 셈인데요. 

 

  자유와 개인주의, 합리성을 추구한다는 미국에서 총기를 구입시 고작 5일간의 최소 유예기간을 두는 총기 규제법을 통과시키는데 무려 7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는 사실에 주목하시길 바라면서, 미국인들의 의식과 총기 관련 문제를 짚어 보겠습니다.   

 

미국인들의 의식과 총기 소유
  이미 위에서도 밝혔듯이, 미국인들에게 총기 소유는 생활 그 자체라고 말해도 그리 과언이 아닌 실정입니다. 자연히, 무슨 우표라든가 골동품처럼 총기 수집을 하는 마니아들도 상당히 많으며, 사격 연습을 위한 전문 트레이닝 센터(※관련 자료 링크:  http://www.firearmstrainingacademy.net/laGunClub.shtml)와 사격 기술을 단계적으로 향상시키는 교육 코스까지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미국인에게 총과 그것을 이용한 사격은 취미 생활의 일부이자 무슨 레크리에이션같은 여가 활동에 해당하는 격입니다.

                                M-15 자동소총 사격을 즐기는 미국 청년의 모습ⓒYouTube

 
또한 자기 방어를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써 총을 선호하다 보니 총기 규제에 대한 법안을 마련하자라는 소수의 진보 시민 단체나 뜻 있는 이들의 목소리가 좀처럼 씨알이 먹히지를 않고 있는 실정인 겁니다. 진보 시민 단체들은 미국인들의 생활 필수품인 자동차의 운전면허증처럼, 총기 소유에 대한 개인 면허증 발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원하지만, 이것에 강력히 반대하는 소위 미국판 수구 꼴통 단체가 있는데, 그 조직의 이름은 여러분도 잘 아시는 전미총기협회(NRA)입니다.


  NRA는 미국내에서 가장 영향력있고 규모가 큰 단체로 정평이 나 있으며, 134년의 전통에 전국적으로 정규 회원수가 약 3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단체는 미국내 총기 제조업체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각종 선거에서 보다 강력한 내용의 총기 관련 규제 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정치권에 천문학적인 로비자금을 은밀하게 쏟아붓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요.

  또한 이들은 각종 매스컴과 언론을 통하여 여러 캠페인을 주관하고 이른바 황금 시간대에 광고를 사서 끊임없이 선전하고 주장하기를, 총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말하기를, 총기 규제법은 법을 준수하려는 시민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이지 불법적으로 총기 암시장에서 총을 구입하는 범죄자들에게는 전혀 해당 사항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시민들이 위험에 처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일반 미국인들의 불안감과 막연한 공포심을 계속 조장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미 총기 소유자가 엄청난 현실에서 아직 총을 갖지 못한 이들은 어떻게 자기 방어를 할 수 있겠느냐는 형평성 문제도 언급하는 실정이며, 이들의 이런 전방위적인 활동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해서 미국인들이 총기 규제에 대해서 끊임없이 망설이게 만드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총기 규제 문제는 비단 NRA만이 아니라 GOA라는 총기 관련 단체도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규모로 치자면 NRA 다음이라고 알려진 이 단체는 회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우편물을 발송하고 인터넷을 통하여 정치권에서 진행되는 총기 관련 법안에 대한 소식을 재빨리 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단체의 홈페이지를 접속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새로운 총기 관련 법안에 대한 내용이 주요 화제입니다...
※NRA와 GOA 홈페이지 링크
http://home.nra.org/#/home
http://gunowners.org/

   ...이렇게 미국인들의 총기에 대한 강고한 기존 의식뿐만 아니라 개인의 총기 소유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현재의 사회적 추세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총기 관련 단체들의 강력한 로비로 인해서, 총기 규제 문제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때마다 뜨거운 감자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누구라도 미국의 대통령이 되려면, 총기 소유 문제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견해를 반드시 밝혀야만 했는데, 지난 2000년 미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고어는 평소의 정치적 신념이었던 총기 규제에 대한 입장을 유보함으로써, 이 문제가 얼마나 복잡하고 해결이 어려운 문제인지를 잘 보여 주었습니다.    

결론 
  우선 글이 상당이 길어져서 죄송하다라는 말을 여러분들에게 전하면서 이제 슬슬 결론을 내 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에서 총기 소유와 규제 문제는 역사, 사회 구조 ,정치, 경제, 문화, 실생활등을 모두 아우르는 초미의 이슈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그동안 미국 사회에서 총기로 인한 사고와 그로 인한 규제 여론이 일었다가도 결국 유명무실한 상태로 결말이 나는 행태를 수 없이 반복했던 겁니다.


  글쓴이가 미국의 총기 소유와 규제에 얽힌 논란을 지켜보고 관련 사안들을 하나하나 공부하면서 깨달은 것은, 수구 꼴통 세력이 그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비밀은 바로 이들이 역사와 전통, 혹은 현실과 실용적 측면이라는 거대한 프레임에 여러 갈래로 깊숙히 편입이 되어 있어서 분간이 쉽지 않다는 사실과 함께, 그로 인해 사회의 정체성이라든가 자기 방어 혹은 안전, 안보라는 그럴싸한 구호를 내세우면서 끊임없이 일반 시민들의 의식과 사고를 교란하거나 아주 쉽게 규정할 수 있으며, 기존의 사회 체제에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권과 기득권을 사용해서 근본적인 사회의 변화를 가로 막거나 그런 흐름을 거스를 수 있는 방편으로써, 여야를 막론한 기성 정치 세력들에게 천문학적인 자금을 대면서 그들을 교묘히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들의 사회 정치적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려면, 우선 여러분이 살아가는 한반도의 근현대사와 주변 정세 그리고 수구 꼴통 세력이라 불리는 자들의 역사적 연원을 보다 정확하면서도 아주 심도있게 짚어 볼 필요가 있으며, 그렇게 공부하고 깨달은 역사적 사실들을 자신만 알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파하고 널리 알려 줘야만 하는 겁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볼때, 미국의 총기 소유처럼 불가피한 사정이 여럿 겹친 초미의 사회적 이슈일수록 서둘러 단정을 짓고서 이른바 진영 흑백 논리를 집단적으로 펼치기보다는, 좀더 침착하고 냉정하게 관련 분야와 그것이 미치는 사회적 파급력등을 좀더 세세히 알아보거나 예측하려고 노력하며 끊임없이 학습하고, 또한 여러분 각자가 하루하루의 생활 속에서 타인에게, 그리고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이고 어느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자기반성과 긴장감을 유지하며 살지 못하고, 불합리한 현실에 매몰되거나 안주를 하면서 소위 사회 지도층 혹은 사회 구조나 시스템이 문제라는 아무 의미없는 불평불만만 일삼게 된다면...
 
  자신들이 속한 미국 사회에서 크고 작은 총기 사고를 계속 목격하고 불안함을 느끼며 총기 규제를 원하면서도 정작 현실에서는 총기 규제에 대해 여전히 망설이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러분들도 그대로 재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필자는 너무나 길어져 버린 오늘의 포스팅을 이만 마치렵니다...  


※좀더 생각해 볼 문제
  미국에서 총기 소유와 그것을 규제하는 문제는 초미의 사회적 이슈입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총기를 규제하자는 입장이었고 공화당은 그것을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며, 바로 이 총기 규제 문제 때문에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총기 문제에 관해서 보수적인 대다수 미국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가 대단히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바로 그런 정치적 지형과 상황 때문에 지난 2000년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고어는 자신의 평소 신념과는 달리 총기 규제 문제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결국 선거에 패배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지난 2008년의 미 대선에서도 총기 소유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중 하나였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오바마는 총기 규제에 관한 새로운 법안을 만들겠다라고 공언함으로써, 총기 관련 단체들의 소위 오바마 낙선 운동에 맞서야만 했는데요.

  만약, 미국에 리먼 브라더스 파산이나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의 부실화같은 엄청난 경제위기가 오지 않았다면, 총기 소유 문제 그리고 동성 결혼, 이라크 철군 문제, 테러리즘과 북한 핵미사일 문제같은 화두들이 대두되면서, 오바마는 결코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오바마가 자신의 임기내에 경제를 살리고 개혁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차기 정권은 공화당에 넘어갈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판단되며, 이는 곧 총기 규제 문제에 있어서는 역사의 반동에 해당하기에, 한국에 계시는 여러분들에게도 매우 유의미한 정치적 상황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지난 2002년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신자유주의로 촉발된 소위 사회적 양극화 해소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서 결국 정권이 바뀌었으며, 한국 사회는 현재 민주주의의 후퇴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들이 많은 형편임을 고려할 때, 만약 오바마가 자신의 임기 내에 경제를 살리게 된다면 외생 변수에 극히 민감한 한국 경제도 활력을 찾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애시당초 현정부의 출범 배경이었던 경제 살리기에 성공했다라는 강력한 명분이 생기면서, 정권 재창출의 가도에 청신호가 켜지는 불행한 상황이 생기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바라 본다면, 한국은 오바마의 경제 개혁이 실패하기를 바래야만 할까요? 미국은 누가 뭐라고 해도 여전히 세계 경제의 중심이며, 그런 미국 경제가 침체를 거듭한다면 이는 전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를 의미하는 것인데, 세계 전체를 위해서는 미국 경제가 조속히 살아나야 하겠지만, 한국의 차기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면 미국 경제가 계속 죽을 쑤어야 하고 오마바가 반드시 실패해야만 한다라는 이 불편한 딜레마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Posted by 네 오 NEO
  여러분은 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십니까? 동성 연애, 혹은 커밍 아웃 그도 아니면 남자들 망신 다 시키는 특이한 부류의 사람들이라고 여기시나요? 아님 종교적 교리나 도덕적 잣대로 볼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우리 사회내의 이단아로 보십니까? 

  통상 한국에서 자신이 게이 혹은 레즈비언이라고 밝히고 나면, 종교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처지가 안되는 상황들이 수시로 발생하곤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미국 사회의 평범한 남자는 게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개인적으로 경험한 사례들이 너무나 많아서 오늘은 그 얘기와 함께 , 미국에서 작년 한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캘리포니아 주의 동성 결혼 반대 법안(일명: Proposition 8)에 대한 논란을 미국인이 아닌 제 3자적 입장인 한국인의 시각으로 논하려고 하니까, 차분하면서도 조금 더 꼼꼼하게 오늘의 포스팅을 봐 주시길 부탁드리면서 지금부터 본격적인 얘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만약, 이야기가 너무 길다 싶으면, 개인적인 사연 부분은 과감히 건너 뛰시고 바로 동성 결혼에 대한 논란 부분이나 결론부터 읽어 보신 후 글을 다시 훑어 보셔도 무방합니다.


게이들의 행진, 그리고 극장에서 게이 커플로 오해받은 사연(☜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해 보세요!)

미국 사회의 동성 결혼에 대한 논란을 지켜보며 민주주의의 가치와 참의미를 생각하다
  ...개인적인 경험 얘기는 이즈음에서 마무리짓고, 작년 한해 캘리포니아 주를 뜨겁게 달구었던 동성 결혼 반대 법안 논쟁을 살피면서,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글 말미에 밝히면서 오늘의 포스팅을 마치려고 합니다.

  필자가 머무는 캘리포니아 주의 토랜스 시티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곳입니다. 일단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미국내 중산층 중에서도 상위 그룹에 속한 이들이 대부분이고, 미국 내의 도시중에서 일본인들이 두번째로 많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첫번째로 일본인이 많이 거주하는 장소는 하와이의 호눌룰루이다.) 그래서인지 동양적 문화나 가치에 대한 관심도 상당한 반면에, 자신들의 사회적 위치를 대변하듯 보수적인 정치 노선을 고수하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 있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지난 미 대선때, 캘리포니아 주는 압도적인 비율(80%를 상회하였었다!)로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게 지지를 표했었지만, 토렌스를 비롯한 몇몇 도시는 반대의 상황을 연출하였으며, 이곳에 머무는 필자에게는 여러모로 양극단의 미국인들의 생각과 가치를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참으로 많아서 ,내심 감사하게 생각하며 하루하루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지난 대선 당시 오바마를 히틀러에 비교하거나 그의 열성 지지자들을 좀비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보수적인 가치를 표방하는 지역이다 보니, 동성 결혼에 대해서 논란이 분분할 수 밖에 없고 , 그것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 유의미한 가치나 사회적 현상을 보게 되었는데, 이를테면 이런 식이었습니다...

1.여러분도 익히 알다시피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파티를 즐깁니다. 그리고 그런 파티를 하다가 보면, 자주 하게 되는 게임이 하나 있는데, 일명 멕시칸 도미노 게임이라고 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칩의 숫자와 모양을 맞추어서 제일 먼저 연결에 성공한 사람이 게임에 참여한 다른 구성원들에게 각각 25센트씩 거두어 가는 게임이 있습니다. 그들은 이 게임을 하면서 이런저런 사회 얘기나 이슈에 대한 사항들을 얘기하곤 하는데, 작년 한해 동안 가장 인기있는 주제중 하나가 바로 동성 결혼 문제였습니다.

  보수적이며 기독교적 가치관에 불타 오르는 나이 지긋하신 어른들 세대는 한사코 동성 결혼은 말도 안된다고 했고, 반대로 마크와 같이 젊은 세대들은 비록 자신들도 동성 결혼을 이해할 수 없고 ,그들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들의 권리와 인권도 민주주의를 위해서 존중되어야만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곤 했었습니다. 당시 글쓴이가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 보면서 느낀 점은 , 통상 한국에서 그런 민감한 주제를 얘기하다가 보면, 자칫 언성을 높이거나 싸움이 생길수도 있을텐데, 이들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가뜩이나 게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그 상황을 좀더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우선 상대의 말이 전혀 말 같지 않다고 해도 그 사람의 말이 끝날 때까지 가만히 들어 주었을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말꼬리를 잡아서 공격하는 식의 토론같지 않은 말싸움은 가급적 지양하는 모습 속에서 개인적으로 상당한 감명을 받았다고 할까요...

  한국은 정규 방송에서 진행되는 토론 프로그램에서조차도 너무나 자주 상대방의 말을 끊거나, 자기 말이나 주장을 좀더 하려고 애쓰며 사회자에게 따지던 풍경과 비교하면 분명히 커다란 차이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2.
또한 미국인은 구구절절한 말과 결론도 안 나는 시시껄렁한 토론보다는 행동을 즐겨 하는데, 이를테면, 동성 결혼 반대 법안에 찬성하는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거나 돈을 기부하는 이들을 필자는 주변에서 너무나 많이 보았습니다. 물론 반대 측 주장을 하는 이들도 이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덕분에 지난 미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들이 뿌려댔었던 천문학적인 선거 자금 다음으로 많은 돈이 들었던 선거가 바로 동성 결혼 반대 법안에 대한 것이 되었던 겁니다.

 암튼간에, 미국인들이 이처럼
자신의 의사와 주장을 밝히고 그에 찬성하는 이들을 모으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대부분의 경우 한국처럼 전투적(?!)이지도 않았으며, 첨예한 의견의 대립이 있다고 해서 서로를 도무지 인정하지 못하거나 극단적으로 헐뜯는 행위는 확실히 한국보다는 덜하더군요...


3. 미국에서 동성 연애를 하는 이들이 많아 보이지만 미국 사회내에서 그들은 분명히 소수의 무리에(약 2~4%정도로 추산하고 있다.)해당합니다. 따라서 이렇게 소수 그룹의 의사를, 그것도 미국인들의 사고에 알게 모르게 큰 영향을 끼치는 전통적 기독교의 종교 교리와는 완전히 대치되는 입장을 대변하다가 보면, 여러모로 정치적 어려움이나 커다란 곤경에 처하게 되기가 십상입니다. 이를테면, 오바마는 작년 선거 유세 당시 캘리포니아 주의 동성 결혼 반대 법안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함으로써, 수 많은 기독교 신자들의 반발을 불러 왔습니다.

  당시 공화당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 실패에 대한 책임론과 금융위기로 인한 미국 경제의 침체로 인해 줄곧 민주당 오바마 후보에게 밀리고 있었지만, 동성 결혼 문제를 정치적으로 잘만 활용한다면, 단숨에 이 상황을 역전시킬수도 있겠다는 판단을 한 모양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동성 결혼에 대한 결정이 원래는 작년 5월이나 6월경에 판가름날 예정이었으나 캘리포니아 주변의 다른 10개 주에서 일정을 5달 뒤로 연기해줄 것을 요청함으로써 , 결국 이 문제가 대선 국면의 또다른 핫 이슈로 자리를 잡았으며, 대선 투표와 같은 날 법안의 가부를 묻는 선거를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관련 기사: 10 States Want Gay Marriage Delayed )


  오바마 대통령은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후보 시절부터 미국내 소수 민족의 권리에 관심을 집중함으로써, 미국 사회에서 숫적으로 보나 세력으로 볼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히스패닉과 흑인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었지만 , 만약 그가 동성 결혼을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처지였습니다. 그 이유는 오바마 지지자중 다수를 차지하던 히스패닉의 대부분은 카톨릭 신자였기에, 종교적 교리 때문에라도 동성 결혼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으며, 흑인들의 상당수도 침례교파에 속하는 교회를 다니기에, 오바마의 동성 결혼 반대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은, 곧 수 많은 표를 공화당 쪽으로 돌리게 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었습니다.

  심지어는 기독교적 입장에서 이단으로 인식되는 모르몬 교조차도 동성 결혼은 적극 반대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당시 오바마 후보는 상당한 곤경에 처했었고 , 바이든 부통령 후보가 선거 유세 당시 우리 민주당은 동성 결혼보다는 동성 커뮤티니를 일단 확고히 하자는 쪽의 취지라는 연설을 하고 다님으로써 오바마의 확고한(?!) 입장을 조금은 희석시키고자 부단히 노력했던 겁니다.  

  이 부분에서 글쓴이는 지금도 이런 생각을 합니다. 만약, 작년 후반기에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지 않고 미국의 금융위기가 조금만 덜 심각했었다면, 바로 이 놈의 동성 결혼 문제 때문에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되기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 이유는 동성 결혼 문제는 역사, 정치, 종교, 철학, 과학 특히 그중에서도 생물학적인 부분 모두를 건드리는 그야말로 초미의 핫 이슈(영어로는 Controversial Issue라고 함!) 이기 때문입니다. 글쓴이가 어제 포스팅에서 잠깐 언급하였듯이 다양성과 개성을 추구하는 미국인도 종교적 문제에서만큼은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그런 모습에서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비슷하다고 말했지만, 이들의 뜨거운 논란을 지켜 보면서 글쓴이는 한국과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과 행동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신은 너희를 증오한다는 문구(GOD ABHORS YOU)를 새긴 플랫 보드를 몸에 걸고 확성기를 통해 게이들을 비난하는 기독교 근본주의자와 그들에 맞서 당당하게 자신들의 애정을 표시하는 극단적 행태의 게이들 사이에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민주주의적 가치와 종교적 신념에 대한 절충점은 어디까지인가라는 문제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결론
  결국 미국에서 가장 자유스러운 분위기와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캘리포니아 주에서조차 동성 결혼은 52% vs 48% 라는 근소한 표차로 반대 법안이 통과됨으로써 커다란 장벽에 부딪혔지만 , 동성 연애자나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민주적 가치라고 믿는 이들이 또다른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지금도 주말이면 간헐적으로 도심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기에 아직 끝난 문제가 아니고 앞으로도 논란은 계속될 것입니다.
(관련 기사: Voters approve Proposition 8 banning same-sex marriages )

  그리고 이런 상황 자체를 어이없게 생각하거나 논의조차 하지 않으려 하는 강경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나 우리의 민주주의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극우 보수론자들이 미국 사회내에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리고 고작 숫적으로 2~4%에 불과한 동성 연애자들을 위해서 왜 우리가 쓸데없는 시간과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가며 이런 논의를 해야 하느냐고 반발하는 이들도 상당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시민들은 이런 논의 과정은 필요하고 동성 연애자들의 인권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라는 것입니다.


  흔히 한국 사회에서도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 토론을 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동성 결혼같이 사회 대다수 구성원들의 의사나 사고와는 완전히 배치되고, 그 그룹에 속하는 이가 숫적으로 확연한 열세를 보일 경우,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 아니던가요... 혹자는 아니라고 주장하실지 모르겠지만 양심적 병역 거부자 문제 하나만 보아도 이는 금방 확인이 될 것입니다. 또한, 어느 정도 숫적인 구성에서 양측이 비슷하다고 해도 상대의 의견이나 입장을 한사코 부정하거나 도무지 받아 들이려 하지 않는 모습과 그 정도가 한국은 너무나도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분명히 미국인들 대부분은 동성 결혼을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종교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믿는 이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사회 내의 소수자에 속하는 동성 연애자들의 인권이라는 측면을 결코 간과하거나 무시하지 않았으며, 그들을 위해서(!!!) 48%라는 표를 던졌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필자는 판단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글쓴이 또한 대부분의 평범한 미국 남성들처럼 동성 연애와 결혼은 지금도 이해할 수 없고,그들이 틀렸다고 생각하며, 왜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자를 놓아두고 남자끼리 혹은 여자들끼리 그러는지에 대해서 심적으로 좀처럼 받아 들이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그러나 나와는 다른 의사, 주장에 대해서 그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그들을 존중해주려는 노력과 함께 어떻게든 공존을 꾀하고 절충점을 찾아 가려는 의식이 바로 민주주의의 초석이며 참의미라는 생각을, 미국 사회의 동성 결혼에 대한
 논란을 지켜보며 하게 되었는데, 여러분은 어떤 생각과 의견을 가지고 계십니까?...

※좀더 생각해 볼 문제
  위 포스팅에서 잠시 언급했었지만, 미국 사회에서 동성 결혼은 결코 환영받지 못하는 일입니다. 심지어는, 모르몬 교와 같이 정통 기독교적 입장에서 이단이라고 평하는 종교조차 동성 결혼을 적극 반대하였으니 말입니다. 문제는 동성 결혼 반대 법안이 간발의 표차로 통과되자, 수 많은 동성 연애자들이 모르몬 교 사원에 몰려가 시위를 하고 항의를 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 캘리포니아 주 당국은 모르몬 교가 동성 결혼 반대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그간 얼마의 자금을 썼고 어떤 은밀한 캠페인을 벌였는지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점입니다.
(관련 기사: State officials to Investigate Mormon Church's Prop. 8 Campaign Activities )

  하지만 개인적으로 볼때 너무나 우스운 것은, 미국내 정통 기독교 교단에서 이 법안에 들인 돈이 얼마나 막대했었는지는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정작 그들은 놓아두고 종교적으로 이단이며 상대적인 열세에 놓인 모르몬 교는 만만하다고 수사를 하겠다고 밝히는 캘리포니아 당국이나 동성 결혼 반대 법안이 통과되었다고 분노에 휩싸여 모르몬 교 사원을 둘러싸고 시위를 벌였던 동성 연애자들이나, 양측 모두 상황의 본질을 놓치고 있을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흔히 우리는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일수록 서로가 서로를 잘 이해하고 연대하기가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위에서와 같이, 그와는 반대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이를테면, 누군가 지닌 신념이나 이상이 너무 극단적이거나 확고한 경우, 주위에서 그 사람을 지지하기는 결코 쉽지 않으며, 점점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본인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또다른 정치, 사회적 차원의 소모적 갈등을 유발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종교적인 교리 문제에서 이런 모습들은 너무나 자주 보여지곤 하며, 그런 측면에서 소수의 의견과 인권도 존중되어야만 하는 민주주의적 이상의 가장 큰 장애물은, 어쩌면 종교적 신념이나 종교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러분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십니까? 

Posted by 네 오 N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