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비판2009. 4. 2. 05:24
  요근래 한국의 뉴스를 살피니, 피겨 요정 김연아 선수가 꿈의 200점대 고지를 뛰어 넘으면서 우승을 하고 난 후 그녀의 모교가 될 고려대가 그녀의 이미지를 차용한 광고를 내고 현정부의 여당인 한나라당은 그네들의 홈 페이지에 소위 김연아 패러디를 올려서 수 많은 네티즌들이 이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고 도가 지나치다라는 말들이 나오는 모양인데, 멀리서 지켜보자니 또 다른 이유에서(!) 김연아 패러디와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회적 반응이 사뭇 불편하게 느껴져 개인적인 견해를 몇 자 적어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기성 언론과 블로거 뉴스를 오르내렸던 수 많은 김연아 관련 기사들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대부분 김연아가 너무나 척박한 주변 환경을 이겨내고 엄청난 성과를 이루었으므로 정말로 대단한 선수이며, 우리는 거기에 대해 아낌없이 성원과 격려를 보내야 마땅하고, 외국의 피겨 스케이팅 관련자들도 한결같이 그녀를 칭찬한다는 반응들을 실시간으로 전하면서, 또한편으로는 이렇게 소중한(!) 연아를 정말 짜증스럽고 보기 싫은 한나라당이 패러디했다는 사실에 자못 분개한다는 기사들이 주류인데, 그 심정은 글쓴이도 충분히 이해가 가고 일면 동감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정치인들이 스포츠를 이용해 국민들을 현혹하고 사회 비판적인 시선을 엉뚱한 곳으로 돌린 사례는 한국 정치사에서 너무나 많아서 일일히 열거하기도 불가능할 지경인 판국에, 유독 김연아에게만은 이런 현상이 예외여야만 한다는 국민적 정서나 주장은 너무 과잉이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른 한편으로 김연아 선수가 더욱더 기량을 향상시키거나 제2,제3의 김연아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는 무심하면서도 얄퍅하게 패러디나 하고 좋은 분위기에 살며시 편승하거나 묻어 가려고 한다는 비판에도 분명히 일리가 있으나 유감스럽지만 이 부분도 100%로 동감할 수 없는 소지가 있다.

  직설적으로 표현해서, 그렇게 여러분들이 열광하는 그만큼 한국의 정치인이란 작자들은 김연아라는 호재(?)를 결코 포기할 수 없게 된다는 반작용적(?!)인 측면은 왜 깊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인가. 
  
한국 사회에서 스포츠는 국민들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가장 강력한 소재
 
글쓴이도 그렇지만 여러분들도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의 4강 신화와 전국적인 응원의 열기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비록 짧은 한순간이었지만 그때만큼은 온 국민이 무슨 좌우, 보수 진보등의 온갖 갈등에서 벗어나서 모두 하나가 되었었고 서로 부둥켜 안으며 마치 내 일처럼 기뻐했었던 사실을 회상하면서 지금의 여러 어려운 사회적 상황을 지켜보면 다급해진 한나라당이 김연아 패러디를 올릴 법도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한국은 빈부간, 계층간의 갈등으로부터 시작해서 지역 갈등,남북 갈등,남녀간의 성적 갈등, 세대 갈등..등등 실로 세세한 언급이 거의 불가능할만큼의 여러가지 갈등과 모순들이 사회 내에 깊이 잠재되어 있다가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많이 어렵다거나 정치적인 지형이 극단적으로 흐르면 무슨 수학공식마냥 분열과 대결 양상으로 곧장 치닫고는 하는데, 바로 이런 때에 스포츠만큼 국민을 하나로 묶고 단결시켜 주거나 침체된 사회적 분위기를 띄워 줄 소재가 사실상 없다는 데에서 나오는 지극히 서글픈 사회적 헤프닝이 아니겠냐는 말이다.

  며칠 전 WBC가 끝나고 나니까 일본이나 미국처럼 보다 폭 넓은 야구의 저변화를 위해서 아낌없는 국민적 성원과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극히 판에 박힌 말들이 난무하더니만, 이제 그 대상이 단지 김연아로 바뀌어 또다시 되풀이되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지난 2002년 월드컵이 끝난 후, 당시 월드컵 대표팀의 감독이었던 히딩크가 한국은 지금부터 유소년 축구를 육성해야 한다고 발언하자 대부분의 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기성 언론을 비롯해서 여러 정치인들까지 나서서 대대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공언을 했었지만 지금 과연 그 열기와 관심이 실제 축구장에 반영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모두 고개를 저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나는 이번에도 김연아에 대한 국민적 열광이 또다른 형태의 왜곡된 스포츠 종목으로의 인기 편중과 국민적 우상화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자꾸 생긴다. 사실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김연아가 활약하는 피겨 스케이팅 종목만 비인기였고 척박한 환경을 가진 것이 아니라 몇몇 특정 종목을 제외한 거의 모든 스포츠 종목이 사정은 다 마찬가지라는 점을 생각해볼때 더욱 그렇다.
  
선진국형 사회 스포츠가 아닌 전근대적인 엘리트 스포츠가 빚어내는 왜곡된 국민적 관심과 열기
 
이 시점에서 잠시 이야기의 방향을 돌려 글쓴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당시 나는 학교의 야구부 선수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지켜 보았었는데, 그들은 학교 수업은 듣지도 않았고 거의 매일 무슨 연습이다 경기다 하며 자리를 비우곤 했었으며 선생님들도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 들였었다. 당시 그들에게는 야구 말고는 아무 것도 허락이 되지 않은 듯 보였으며 수업에 어쩌다가 들어 왔다고 해도 연습과 경기에 지쳐 피곤해서인지 수업 시간내내 잠만 퍼질러 자다가 교실을 나가는 모습으로만 나의 기억속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한국의 거의 대부분의 스포츠 선수들이 지금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아마도 이런 식이라고 보여진다. 


  여기서 왜 글쓴이의 고교 시절 얘기를 하냐면 간단하게 말해서, 한국의 스포츠는 유럽이나 미국 혹은 가까운 일본처럼 저변화되고 대중적인 기반을 토대로 나오는 사회 스포츠가 아닌 엘리트 스포츠 선수만을 따로 육성하는 방식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른바 특별하고 가능성이 보이는 소수의 선수를 국가 혹은 지역 ,학교가 선별,선택 한 후 집중 육성함으로써 국내 혹은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하는 이 망국적인(?!) 패러다임은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시절부터 시작해서 10 년간의 소위 민주화 정부를 거치고 난 지금까지도 이른바 스포츠를 통한 애국주의를 은연중에 국민들에게 주입하고 현혹하면서 그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면서 여전히 건재하다. 여러분은 분명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시겠지만 여러분들이 특정 스포츠나 선수에게 열광을 하면 할수록 정치 사회적인 모순이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사회 비판적 시선은 상대적으로 상당부분 완화되거나 누그러진다는 역사적 학습효과(?)를 기성 정치인들은 지난 수 십년간 톡톡히 경험하고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나면, 특히나 금메달이 확정되면 하염없이 그 자리에 주저 앉아서 눈물을 흘리는 선수의 모습을 종종 보곤 한다. 이들이 그렇게 다른 외국의 선수들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민망하리만치(?!) 우는 이유야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사연이 분명 있겠으나, 표면적으로만 살펴 보아도 그만큼 한국의 스포츠 환경이 너무나 척박하고 이른바 소수 엘리트 육성방식에 의해서 키워진 자신들이 만약 좋은 성적이나 메달을 따지 못하면, 그것은 바로 개인적 실패의 차원을 떠나서 국민적, 국가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사회 혹은 인생의 낙오자(?!)라는 지극히 절박하고 긴장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텨 온 그간의 생활들이 떠올라서 더욱 서럽게 우는 것이 아닐까... 

  IMF외환위기 당시 실의에 빠진 국민들을 위로했다던 야구의 박찬호나 골프의 박세리를 한번 생각해보자.
바로 지금처럼 당시에도 국민들이 사회 내에서 아무런 희망이 없다며 그만큼 그들에게 열광을 한 덕분에(?!),
당시 박찬호 같은 경우는 거의 매일 스포츠 신문 1면을 장식하면서 하루 아침에 국민적 영웅이 되었으며 박세리는 무슨 외환위기 극복 공익광고에까지 출현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런 스포츠 애국주의의 물결은 이제 한나라당의 김연아 패러디로 좀더 업그레이드 되어서 국민들 앞에 나타난 것일뿐 사실상 그 내면에 흐르는 본질은 하나도 다르지 않다라는 점을 여러분들도 분명히 느낄 것이라고 글쓴이는 판단한다.

이러다가 박세리 때처럼 미국이 아닌 일본으로 피겨 유학을 떠나려는 이들이 나오지나 않을까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며 작용이 있으면 분명히 반작용이 있듯이 ,여러분들이 김연아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지나치리만큼 과열된다 싶으면 교활하고 노련한 정치인들은 그 열기와 관심을 어떻게든 정치,사회적인 난관 극복이나 모순,갈등의 봉합용(?!) 소재로 쓰게 된다는 사실을 그저 반감이나 분노의 차원이 아닌 좀더 현실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보다 깊이 생각하면서 이번 한나라당의 김연아 패러디와 그에 대한 여러분의 반응을 살펴보면 조금은 다른 생각과 느낌이 들 것이라고 글쓴이는 감히 확신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김연아에 대한 대대적인 국민적 호응과 뜨거운 열기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이런 우려마저 생겼다.

 외환위기 당시 골퍼 박세리가 LPGA에서 승승장구하고 국민적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명성과 부를 쌓게 되자, 한국의 부모님들 중 재력이 꽤나 있다는 분들이나 심지어는 일부 중산층의 학부모들까지 자신의 자제들을 너도나도 미국에 골프 유학을 보내겠노라고 난리 부르스를 쳤었고,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 힙입어 박세리 이후에도 몇몇 한국 여자 프로골퍼들이 두각을 나타내었었지만, 이것도 결국 따지고 보면 골프의 사회적 저변 확대를 통한 선수 육성이 아니라 엘리트 스포츠 선수를 키워내는 또다른 방식이기에, 이제 국제무대에서 연일 승승장구하는 김연아 선수와 국민들이 그런 그녀에게 열광하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또다른 일군의 부모들이 자신의 자제를 소위 피겨 선진국이라는 일본으로 유학을 보내 제2의 김연아처럼 만들겠다고 설쳐대는 가관이나 꼴불견을 조만간 보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결론
 김연아는 분명 여러분들의 성원과 사랑을 받을만한 자격과 실력을 충분히 겸비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열광하는 여러분의 심정도 십분 이해하고 공감한다고 다시 한번 글 말미에 분명히 밝혀둔다.

 하지만 여러분이 그토록 칭찬하고 열광하는 김연아도 이미 상당히 오래 전부터 대부분의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 비하면 거의 전폭적인(?!) 수준에 가까운 사회,국가적 지원(?!)으로 특출한 외국인 코치를 만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 프로그램의 지도를 받아서 결국 오늘 날과 같은 성적을 내었으며, 이는 가능성이 엿보이는 소수의 엘리트 스포츠 선수를 선발하고 집중 육성한 뒤, 국제 대회에 출전시켜 좋은 성과를 거두게 하고, 마치 그것을 국가적인 위상이 향상되었다는 이미지로 바로 연결시키거나 국민들의 관심을 엉뚱한 방향으로 돌리려는 정치적인 소재로 사용했던 과거 군사독재 정권과 민주화 정부(김대중 정부 시절 월드컵 열기속의 서해교전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결말이 났는지를 깊이 생각하시길!) 시절의 구시대적인 행태라는 점에 문제가 숨어 있으며, 지금도 김연아 패러디 같은 것들을 통해 그대로 구태가 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정말로 답답하고 서글픈 현실과 함께 정작 여러분 자신들이 실제 생활의 개선을 위한 노력엔 상대적으로 부실하거나 주변 환경과 사회적 모순에는 개인적으로 내심 한계를 느끼며 대부분 무기력하거나 혹은 무심하게 넘어 가면서도, 그 반대급부로써 김연아와 같은 일부 스포츠 선수에게 지나치게 열광하며 관심을 보이는 모습들...양쪽 모두 머나먼 이국 땅에서 마음 편하게 지켜 보기에는 왠지 불편한 것이다...

 
p.s
 
요즘 한국의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보면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이 종종 눈에 띄곤 한다. 이에 반해 미국인들은 누군가를 마냥 부러워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보다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사회에서 누군가가 다른 이를 부러워하거나 선망한다고 말하거나 열광을 보내면 돌아오는 대답은 너도 그렇게 하면 되지라는 반응이 대부분인데, 이런 측면은 그들에게서 분명 배울 점이 있다고 보여지며 한국에 계시는 여러분들도 김연아같은 이들을 지켜보며 선망하고 열광하며 잠시라도 삶의 위안을 받았다고 느끼는 심정을 조금은 다른 차원으로...이를테면 각자의 생활과 본질적 사회 문제에 좀더 치열하게 집중하시기를 바라며 이런 말이 한국 사회내에서 유행이 되기를 개인적으로 희망해 본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가 아니라 부러우면 하는 거다...나도 !!! 라고 말이다...

 
Posted by 네 오 N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