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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0 건강, 보신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차이 16
  여러분은 평소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십니까? 운동, 요가, 혹은 식이 요법으로 대변되는 좋은 음식이나 각종 자연식을 선호하고 계시나요? 하지만 필자의 경험과 판단으로는 많은 이들이 건강을 위해서라면 위에서 열거한 사항들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어도, 막상 바쁜 하루하루의 일과에 쫓기는 현대인들의 생활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규칙적인 운동이나 상당한 절제심과 노력이 수반되는 자연식을 매일매일 실천하기는 대단히 힘이 들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소위 말하는 보신의 개념이 다분한 개소주같은 보약이나 일명 건강 보조 식품같은 것들을 더 많이 찾게 되는 듯 한데, 오늘은 건강을 지키고 유지하려는 이른바 보신 문화에도 한국과 미국간에 표면적으로는 분명한 차이가 보이지만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서로가 비슷하다고 보여져서 몇 자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보약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보신 문화
  이런 얘기를 하면 어떤 분들은 혐오감을 보이실지도 모르겠는데, 필자가 미국에 와서 생활을 하다보니 종종 생각이 나고 먹고 싶은 것이 하나 있더군요. 그게 무엇이냐면 바로 개고기, 다른 말로 보신탕입니다. 글쓴이가 보신탕과 처음 인연(?!)을 맺은 때는 1992년 여름이었습니다. 당시 군대에서 대민 지원을 나가 1주일내내 일을 도와주고 나니 체력이 크게 소진된 것이 눈에 보였었고 그런 모습의 필자와 다른 군대 동기들이 보기 안쓰러웠는지 마을 주민들이 개고기를 요리해서 주셨는데, 당시 허기가 지고 지친 몸이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먹은 뒤에는 피로감이 한결 덜함을 느꼈었고, 이후 군을 제대하고 나서도 그 느낌을 잊지 못해서 여름 복날이 되거나 체력이 떨어진다고 느껴지면 종종 먹으러 가곤 하였었지요. 또한 필자가 사회 생활에 시달려 건강을 크게 상했을 때에도 개고기는 잃었던 건강을 다시 회복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보신탕에 대해 반감보다는 여러모로 호감이 훨씬 강한 필자가 미국에 와서 미국 친구들과 어울리며 간혹 그들에게 들었던 질문중 하나가 바로 한국인들은 정말로 개고기를 먹느냐는 질문과 함께 너도 그것을 먹어 보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필자도 개고기를 먹어 보았고 지금도 상당히 많은 한국인들은 개고기를 먹는다고 했더니, 그들의 표정이 딱 이것이었습니다. 뭐랄까...잠시나마 마치 자신들과는 다른 야만인(?!)을 대하듯 하는 느낌이랄까 혹은 어떻게 집에서 자신들과 같이 생활하던 개를 먹을 수 있냐는 사실에 대한 새삼스런(?!) 놀라움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혐오감, 역겨움을 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더군요... 

  게다가 얘기를 계속하다보니 한국의 다른 보약에 대한...이를테면 뱀이라든가 녹용 그리고 보약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산낙지를 먹을 수 있냐는 것들에 대한 질문과 얘기까지 나와서 여러모로 설명을 해 주느라 상당히 애를 먹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특히 글쓴이가 보신탕에 관해 과거 한국의 농경 문화와 어려웠던 시절의 얘기들을 줄줄히 풀어 놓으며 그들의 이해를 구했고 역시나 완전하게 납득시킬 수는 없었지만 상당 부분 그들을 이해시키는데는 성공했지만, 당시 글쓴이가 미국인들에게 한국의 보신탕이나 뱀탕, 녹용 혹은 개소주같은 보약의 개념을 이해시키기에 확실히 애를 먹었었던 이유야 당연히 그들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오죽하면 필자가 영화 '스타워즈'의 포스라는 컨셉까지 들먹이며 동양의 기를 설명했을까요...^^;;;


  그렇다면 미국인들은 보약같은 것은 하나도 없이 그냥 운동이나 좋은 음식같은 것으로 건강을 지키고 유지하려고 노력할까요? 여러분도 짐작하시겠지만 물론 답은 NO입니다. 이 부분에서 미국인들이 한국같은 보약을 먹는 것은 아니지만 그와 유사한 개념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생각을 필자는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에는 한국의 보약으로 대변되는 보신 문화라는 것이 전혀 없을까
 글쓴이가 미국에 와서 미국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과 친해지면서, 그리고 그들의 집에 초대를 받아 방문을 하게 되면서 문득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무엇이냐면, 바로 그들의 부모를 위시해서 미국의 30대 이후의 성인남녀가 굳이 어디가 크게 아픈 것도 아닌데 약을 너무나 많이 먹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종합 비타민은 기본이었고 EPA다 혹은 글루코사민.오메가 3입네 해서 적어도 4~5가지 정도의 약은 항시 복용을 했고, 거기에 불면증이 있다면 수면제, 스트레스로 인한 만성 편두통이나 두통이 있으면 진통 효과가 있는 타이레놀 혹은 아스피린, 반대로 만성 피로에 허덕이면 각성제나 피로 회복제를 , 알레르기 혹은 천식이 있다면 항히스타민제, 철분과 칼슘을 보충한다며 철분,칼슘 보충제 등등의 약들을 추가로 복용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더군요. 심지어 파티나 외식 혹은 여러 날 진행되는 캠핑에 가게 될 경우에는, 소형 약병을 여러 개 갖고 와서 그날 그 시간에 먹어야 할 약들을 각각 병에 따로 담아 두었다가 식사 후, 일정 시간이 되면 모두가 스스럼없이 약을 꺼내서 복용하는 것을 여러차레 목격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심으로 미국의 30대 이후의 성인남녀 대부분은 마치 걸어 다니는 소형 약국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미국 사람들은 무슨 약을 이렇게 많이 먹느냐고 넌지시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미국 친구들이 하는 말이 그럼 한국인들은 약을 전혀 먹지 않느냐고 되물어 보더군요. 그래서 한국인들도 아픈 사람이야 약을 여러가지 복용하기는 하지만, 보통은 종합 비타민 정도나 한 두가지 복용하지 미국인들처럼 약을 많이 먹지는 않는다고 답했더니 그들이 하는 말이 , 네가 아직은 젊고 몸이 건강하니까 그러는데,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우리네 부모님이나 중년의 나이에 들어선 대다수 미국인들처럼 약을 많이 먹게 될 것이라고 대답을 하더군요. 그러나 필자는 그들의 말을 들으면서도 설령 내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그들처럼 약을 입에다가 달고 살지는 않을 것 같은 마음이 다분했지만 당시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갔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너무나 확연한 차이,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서로 유사한 한국과 미국의 보신 문화
 
하지만 그 이후에 필자가 이 부분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을 정리해보니까, 표면적으로는 너무나 다른 한국과 미국의 차이라는 것도 결국 건강을 유지하고 지키려는 보신의 개념이란 측면에서는 본질적으로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은 누구나 무병장수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 같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는데 문화와 역사의 차이로 인해서 형태만 다르게 나타나는 것일뿐이라고 말입니다. 

  요즘에는 한국인들도 물론 건강을 지킨다며 각종 약을 먹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전통적인 동양 사상의 영향으로 인해 살아 있는 생명체의 기를 자신의 몸으로 받아 들인다는 관념이 일상생활 속에서 보신탕이나 그밖의 다른 여러가지 보약재들을 선호하게 만든 것이고 , 반면에 미국인들은 근대의 계몽 사상의 영향으로 인해서 자연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관찰하며 인간의 이성으로써 그것을 분석하거나 변화시킨다는 관념이 강하다보니까 자연 속에서의 생명체를 잡아서 막바로 섭취하기보다는 그것들의 몸에서 뽑아낸 추출물이나 그와 비슷한 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캡슐이나 정제된 약을 복용하고 선호하게 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또한 한국은 의료보험의 혜택을 거의 모든 국민이 누릴수 있기에 보약은 말 그대로의 단순한 보신의 개념이지만, 미국인들은 의료보험의 민영화로 인해서 비용 측면에서 볼때, 병원을 드나들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관계로 약을 복용한다는 행위는 그들에게 있어서 단순한 보신의 개념이라기보다는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그 무엇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그동안 한국에서 흔히 개고기 혹은 보신탕 논쟁이 벌어지면 으례히 음식 문화란 관점에서만 이 사안을 다루거나 접근하였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좀더 세세히 살펴 보면 개고기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약재로 쓰였던 것은 분명하기에, 그동안은 단지 이 부분에서 보약이란 개념보다는 음식 문화란 차원에서의 논쟁이나 접근이 좀더 보편적이었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어떨까요...게다가 지금은 옛날처럼 못 먹고 가난한 시대는 결코 아니기에,  더더욱 음식 문화라는 관점에서의 접근은 서로간의 문화적 차이나 이질감만 더욱 키워왔으며 해결점 없는 감정적,정서적 평행선을 그려 온 것이 현실이니까 말입니다.

  따라서, 여러분들이 미국인들을 만나게 될 일이 생겼다거나 그들과 여러 얘기를 하던 중에, 혹은 개고기 반대론자들이 혹시라도 한국의 보신탕이나 그 밖의 한약재, 그리고 보약의 소재가 되는 여러 동물들을 열거하며 문화적 이질감이나 혐오감을 드러낸다면, 여러분들은 한국과 미국간의 문화적 우월성이나 음식 문화의 관점에서만 그들과 따지거나 논쟁을 하기보다는 필자가 미국 친구들에게 했던 것처럼, 이 포스팅에서 언급한 이른바 건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이른바 보신 문화의 차이라는 관점에서 설명을 하거나 이해를 구한다면, 서로간에 느꼈었던 문화적,정서적 이질감에 대한 차이는 비록 완전하게는 아니겠지만 상당부분 해소되거나 좁혀질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

 


Posted by 네 오 N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