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비판2009. 8. 25. 02:16
 요즈음 한국의 인터넷을 살펴보니, 미수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베라라는 독일 여성이 자신의 고국인 독일에서 펴낸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Schlaflos in Seoul)"이라는 책의 내용중 일부가 한국을 폄훼했다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사뭇 뜨거워 보입니다. 

  한쪽에서는 그녀가 대부분 맞는 말을 했다라고 얘기하고, 다른 편에서는 그녀가 미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보였던 평소 이미지와는 다른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라고 분개하는 중인데요...


  솔직히 필자는 그녀가 쓴 책을 직접 보지 못해서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에 대한 도덕적인 판단 여부는 최종적으로 내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만, 베라라는 독일 여성이 펴낸 책에서 한국을 폄훼했다라고 지적받는 몇몇 구절과 표현들을 둘러싸고... 

  이중적(?!) 행태를 보인 베라도 정말 문제이지만, 그보다 우선 미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책임을 지라는 둥 천박한 언론의 탓이라는 둥 하는 블로거들의 의견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그리고 그것에 대한 한국 네티즌들의 분분한 반응에 대해서 문득 느껴지는 바가 있어서 몇 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미수다 베라 논란은 결국 한국 사회내 시민의식의 성숙도 문제이다
  사람이 나이를 먹고, 그래서 점차 어른이 된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일까요? 필자는 개인적으로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한 일들과 여러 말들...다시 말해 자신의 언행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 된다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어른이라면 자신에 대한 외부의 평가나 비판보다는, 우선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던지는 마음 속 비판에 좀더 치중하고 냉정해져야 하며, 그럼으로써 잘못된 부분들에 대한 자기 반성과 처절한 점검을 통해 두번다시 똑같은 습관 혹은 행동이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어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의 어른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정말로 민주주의적이고 성숙한 공론과 의식이 굳게 자리잡은 사회가 된다라고 판단하는데요...

  이런 필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한국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독일 여성 베라가 언급했다는 지나친(?!) 한국 폄훼 발언이나, 그 반대로 좀더 원문에 가깝게 번역했다라는 내용의 우열과 사실 여부를 가리기에 앞서, 그녀가 던진 대부분의 지적이나 비판은 한국 사회에서 공공연히 벌어지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술한 것이 아닙니까?...

  여기에서 필자도 과거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로 번역을 조금 해 본 경험이 있었는데, 원문과 한국어에서 풍기는 뉘앙스 자체가 판이하거나 문화적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에 있어서의 해석은 번역가 자신의 주관적인 단어나 어휘의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다라고 판단하며, 다만 얼마만큼 원문에 가까운 번역을 했느냐라는 문제로 귀결되는데... 


  만약 베라가 독일에서 펴낸 책에서 언급한 내용 자체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은 상당한 문제가 되고 추후에 진위 여부를 가린 뒤에라도 내용상에 시정을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겠지만, 엄연한 사실을 바탕으로 쓴 책의 표현 방식을 일일히 문제삼는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사회내 구성원들이 유아기적 단계의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을 강력하게 반증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필자가 항상 의문스럽게 생각하는 것중에 하나는, 왜 한국 사회는 외국이나 외국인 개개인의 평가나 비판에 대해 그렇게 목을 메느냐는 겁니다. 

  필자가 미국에서 살면서 가장 확실하게 깨달은 것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한국이라는 국가는 아예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서방의 주요 언론이나 방송에서 한국을 비중있게 다루는 일은 극히 예외에 속합니다. 그리고 어쩌다가 한국 소식을 다루더라도 그것은 대부분 북한 핵 미사일과 관계되어서 언급되거나 국회에서의 극한 몸싸움같은 매우 수치스럽고 부정적인 모습으로써만 소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로 이들에게 한국은 그저 그런 주변국가중에 하나일뿐인데, 무슨 사회적 국가적 이미지를 그렇게 관리한다고 이 난리 부르스를 추고 있느냐는 말입니다.


  이는 마치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어떤 이가 혼자서 극심한 나르시즘에 빠져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대단하고 똑똑하다라고 믿고 살았는데, 어느날 누군가가 그런 자신에게 너 별로 대단하지도 똑똑하지도 않은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문제점들을 아주 솔직담백하게 지적하니까, 거의 패닉 상태에 가까운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이나 매한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외국의 누군가가 한국에 대해서 좋게 말했다고 하면, 그 외국인의 신분이나 사실 여부를 가리지 않고 일단 반색을 하고 내심 좋아하며, 그 반대로 한국과 한국인들을 조금 거칠게(?!) 비판했다라는 소식이 들리면, 해당 외국인에게 온갖 욕과 비난이 무성한 지금의 한국 사회가 과연 성숙한 민주 시민들이 넘치는 그런 사회라고 여러분들은 생각합니까?...

  막말로 툭 까놓고 얘기해서, 베라라는 독일 여성이 독일을 대표해서 온 대사나 정부의 주요 사절단인가요? 아님 독일 사회에서 굉장한 영향력을 가진 문인이나 언론계 인물인가요? 그것도 아님 다른 분야에서라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유명 인사인가요?

  지금까지 필자가 파악하기로는 베라라는 여성은 그저 평범한 독일 여성이고, 한국에서 꽤 오랜 시간 생활하면서 겪은 얘기들을 독일인의 시각에서 기술했던 것뿐인듯 한데, 이것조차도 용납이 안되고 일종의 사회적 국가적 평가라고 받아들이는 한국 사회의 조급증과 사회 구성원들의 지나친 과민함과 여론등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나를 좋게만 봐 달라는 세살배기 어린애들의 투정이나 서구 유럽에 대한 지독컴플렉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베라의 이중성을 탓하는 한국 사회의 이중성이야말로 벌거벗은 임금님의 모습이 아닐까
  여기까지 필자의 포스팅을 본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베라가 미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서는 한국을 칭찬하고 좋은 말만 하더니만, 뒤로는 독일어로 된 책을 통해 한국을 비하하고 시쳇말로 깠다라고 내심 분개하면서, 그녀가 지적한 사안들의 사실 관계 여부를 일단 떠나 이중인격에 대해 실망하고 배신감과 분노를 느낀다라고 말하는 이들도 계실지 모릅니다. 

  하지만 필자는 이 부분에서도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인터넷의 미수다 베라 논란이 사뭇 시끄러워서, 개인적 호기심에 미수다라는 프로그램을 몇 편 살펴 본 필자의 개인적 소감으로는, 미수다라는 프로그램에 출현한 외국 여성들이 그래도 상당히 온건하고 매우 식적으로(?!)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짚었다라고 느꼈습니다.

  정말로 솔직하고 혹독하게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 혹은 지적하고 싶어도 지금같은 비정상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아는 외국인이라고 한다면, 자신의 얼굴과 실명이 공공연히 드러나는 지상파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얘기를 할 수도, 또한 프로그램의 존속 차원에서라도 그런 솔직한 비판들을 방송으로 내보내지 않게끔 편집하는 것이, 바로 한국 사회의 기존 관행이며 공중파 방송의 엄연한 현실이 아닙니까...  

  게다가, 비단 베라같은 외국인이 아니라도 한국 사회에서 인기 연예인이나 사회적 명사들이 한국 사회를 비판하기가 얼마나 조심스럽고 힘든지는 누구나 다 인정하는 공공연한 사실이 아니던가요... 

  따라서 베라가 지적한 사안들이 일종의 불편한 진실에 해당한다라면...비록 책의 내용에서 비치는 거친(?!) 표현에 대해 여러모로 아쉬운 마음과 일종의 배신감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런 감정적 반응보다는 우선 독일 여성 베라의 비판이나 지적중에서 받아들일 부분은 겸허히 받아 들이고, 그런 측면들은 조금씩 고쳐야 한다라는 자성의 목소리나 생각을 보여야 하는데,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몇몇 네티즌들이 전혀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으면서, 오히려 한국 사회에 대해 솔직하게 지적이나 비판을 한 그녀를 비난하며 극구 부정하
려는 모습들로 일관하는 것은, 마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을 연
상시킵니다.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보이거나 생각이 되면, 그것은 영혼이 순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는 이상주의적 패러다임에 매몰된 사회 구성원들 그 누구도 감히 벌거벗은 임금님의 어이없는 행차에 대하여 솔직하게 말을 못하고 가식적으로 환호하고 열광하지만, 사실 임금님은 벌거벗었다라는 한 어린 아이의 솔직함에 의해서 사람들의 위선과 불편한 진실은 만천하에 드러나 버리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거벗은 임금
님은 불편한 진실을 인정함으로써, 정말로 한심하고 초라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한사코 거부한 체 끝까지 어이없는 행차를 계속하였다라는 슬픈 동화같은 얘기를 한국 사회는 현실 속에서 너무도 자주 반복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P.S: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필자가 바라보기에, 한국 사회에서 지금 벌어지는 미수다 베라 논란은 문제의 본질을 철저히 외면한체 여전히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하는데요...
 
  그러니까 이게 무슨 말이냐면, 천박한 언론이나 미수다라는 프로그램 자체에 책임을 묻는 것이 과연 이 문제를 본질적으로 보는 것이냐라는 얘기이며, 
필자가 판단하기엔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라는 말입니다.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이 근거없는 소문과 남의 뒷담화 까기를 즐기는
 가쉽 문화에 매우 관대하고 취약하면서도, 다른 나라 사람들의 평가나 비판에 대해서는 매우 과민하게 관심을 두고 결코 너그럽지 못한 이중성을 너무 자주 보이니까, 그걸 이용하려는 천박한 상업적 언론인들이 자꾸 생겨나는 것이며 미수다라는 프로그램도 편성되고 공공연하게 방송이 되어 왔었던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문제의 진짜 본질은 한국 사회 대중들의 근거없는 루머 혹은 가쉽에 대한 천박한 반응과 외부 비판에 대해 지나치게 완고하고 대책이 없는 맹목적인 집단주의, 국가주의 코드라고 필자는 생각하며,

  그런 측면에서, 이제는 
구태의연한 집단주의와 흑백논리에 찌든 국가주의 코드일랑 휴지통에다가 조용히 갖다 버리시고, 왠만해서는 타인의 개인적 사생활이나 인격에는 관심을 두지 않으며, 근거없는 소문이나 뒷담화가 아닌 사실에 바탕을 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중요시하는 개인주의적 마인드로 일대 전환을 꾀하는 것이, 이런 소모적 논란을 근본적으로 잠재우는 해결책이라고 필자는 감히 판단하는입니다.

  그리고, 독일 여성 베라가 자신의 모국어로 쓴 책을 직접 사서 읽어 보지도 않았으면서도, 인터넷에 떠도는 몇몇 말들과 허접한 기사들만 굳게 믿고, 그녀를 맹비난하고 홈페이지까지 찾아가 악플을 남긴 이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조용히 반성을 하는 시간이 반드시 있어야 하며, 그녀에게 공식적으로 사과의 말들을 남기기를 바랍니다.

  또한, 필자 개인적으로 판단할 때 과연 몇 권이나 팔릴지도 극히 의문스럽지만, 베라가 독일에서 펴낸 책이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망치기보다는, 오히려 지금 이 시각 그녀에게 가해지는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인 반응이야말로 독일 여성 베라에게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욱더 강하게 심어주는 단초이고, 비단 그녀 한 사람뿐만이 아니라, 대내외적으로도 한국과 한국인들의 이미지를 아주 폐쇄적이고 극단적인 모습으로 이해하고 판단하게끔 만든다는 사실을 여러분 모두가 제발 깨우치기를 부탁드리며,

  마지막으로, 이런 천박한 일반 대중들의 심리를 교묘히 자극하고 선동한 해당 언론사와 기자들은, 일벌백계 내지는 본보기 차원에서라도 강력한 광고 거부 내지는 불매 운동을 전개해야만 하며, 해당 기사(이런 것도 신문 기사라고 할 수 있을까?!)를 쓰도록 사주한 편집장과 기자들은 공식적인 사과 기사를 작성하도록 압력을 넣음과 함께, 아예 편집장이나 기자라는 신분이나 직함까지도 박탈해 버려야 한다라고 필자는 감히 주장하는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진 출처 : 구글 이미지
Posted by 네 오 NEO
  정확히 언제라고 규정할 수 없지만 요 몇년 사이, 한국에서는 이른바 동안 열풍이 실로 대단합니다. 처음엔 일부 여성들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던 이 새로운 트렌드는 이제 중년 남성들을 포함한 거의 모든 계층의 사람들의 입에게까지 한번쯤은 오르내림직한 사회적 화두가 되어 버렸는데요. 이러한 동안에 대한 열풍이나 갈망이 미국 사회 그리고 미국 여자들에게는 과연 어느 정도일지 여러분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글쓴이는 이 부분이 문득 궁금해져서 필자가 다니는 학교나 백인 교회에서 그리고 주변에서 자주 만나는 젊은 여성들과 나이가 중년이거나 혹은 이제 노년을 바라보는 여러 미국 여성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몇 가지 느끼고 깨달은 바가 있어서 오늘 여기에 한번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결론의 일부를 조금 언급하자면, 미국 여자들도 분명히 동안을 좋아하고 그것을 원하기는 하지만 한국과 같이 메스컴이나 온갖 가쉽거리 혹은 연예 프로나 각종 채널을 통해서 끊임없이 회자될만큼 열광하고 갈망하며 관심을 가지는 수준은 아니며 미묘하게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왜 이들은 한국과는 달리 동안 열풍에 빠졌다라고까지는 감히 말할 수 없는 상황인지에 대한 이유를 크게 3가지로 분류해서 지금부터 조목조목 열거해 보겠습니다.
  한국 사회의 동안 열풍은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연예인들을 선호하고 각광하게 만들었는데, 그런 연예인 중에서도 대표적인 동안으로 손꼽히는 임수정과 한지민의 얼굴 모습  ⓒ 구글 이미지

 1. 나이를 물어보지 않는 미국 사회의 에티켓과 개인주의
  여러분도 익히 아시다시피 미국은 한국과 달리 누군가를 처음 만나거나 혹은 상당한 기간 알고 지내는 사이라 해도 서로간에 나이를 물어 보는 것은 실례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에서 동안에 대한 생각에 미묘한 차이를 부르게 된다고 필자는 판단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한국 같으면 서로 만나서 얼마 후 나이가 어떻게 되시냐고 물어보고 상대방의 나이를 통해서 대강의 사회적 위치와 조건들을 가늠하지 않습니까. 가령, 나이가 30살 안팎이라고 하면 대충 그 사람의 학벌은 어느 정도 그리고 직장 연차는 얼마 , 결혼 여부등등이 대충 어느 정도라고 어림잡아서 계산이 가능해지지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만약 어떤 이가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면 그런 판단의 근거가 무의식중에 흐려지면서, 다른 여러가지 질문이나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유발하게 되곤 합니다. 한마디로 동안이 되면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이라든가 기타의 여러 관심을 유발하거나 분위기 자체를 리드하고 좋은 상황을 연출하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그 반면에, 미국인들은 모임을 가지고 누군가를 만나도 나이를 일체 물어보지 않고 공통의 관심사나 이슈 혹은 화제를 중심으로 얘기를 진행하다가 보니, 한국과 달리 동안에 대해서 그닥 큰 관심을 갖거나 동안의 소유자가 모임의 분위기를 리드할만한 상황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 듯 합니다. 물론 가끔은 상당히 어리게 보였던 친구가 사실은 나이가 자신들보다 많다고 밝힐 때, 놀라움과 함께 새삼 주목을 받기도 하지만 한국만큼은 아니더군요...미국인들의 개인주의가 이 부분에도 작용해서인지 몰라도 나는 나 그리고 다른 이는 다른 사람일뿐이라는 사고가 동안에 대해서도 암암리에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2. 삶 자체를 바라보는 가치관의 차이와 사회적 여건이 주는 상대적 여유로움
  글쓴이가 이런 말을 하면 혹자는 자기 자랑을 한다고 하실지도 모르겠는데, 글쓴이도 상당한 동안이라는 소리를 주변에서 항상 들어왔던 사람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5~6년은 젊어 보였는데 미국에 와서 캘리포니아의 좋은 기후와 음식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8kg가까이 다이어트에 성공하면서 못해도 10년 이상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글쓴이는 한국 사회에서 동안이 뜨는 이유를 당시에는 그저 외모 지상주의라고 치부하거나 관심이 없어서 잘 몰랐었는데요. 정작 필자가 미국에서 살다보니까 그 이유를 이제는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인식 속에 나이에 맞는 행동이나 사회적 지위라는 것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참으로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한국에서 외모는 실제 나이보다 더 들어 보였었지만 그의 인간적 심성은 너무 괜찮아서 글쓴이가 정말로 많이 아꼈었던 후배 중에 한 명의 사연을 대충 언급해보자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에 실패해서 1년 재수를 해서 다시 응시를 했는데 또다시 낙방을 하고 말았습니다. 당장 그의 부모님들은 남들은 벌써 대학 2학년에 올라가는데 너는 또 재수를 하게 되었다고 속상해하시고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수시로 압박 아닌 압박을 받았답니다. 가뜩이나 본인도 주변 친구들이나 선배들을 보면서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마당에 이런 얘기들은 엄청난 심리적 압력이 되었습니다. 또한 어렵게 입학한 그 놈의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해야 하는데, 본인의 마음에 맞는 자리들은 하나같이 하늘의 별 따기마냥 경쟁률이 장난이 아니었고 내미는 이력서마다 나이들어 보이는 자신의 외모(?!) 탓인지 최종 면접 단계에서 족족 탈락의 고배를 마실 때, 주변의 친구들이나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번듯한(?!) 직장에 취직을 했다는 소식이라도 들려오면, 문득 자기 자신이 처량하게 느껴지고 점차 그들과의 관계나 만남도 소홀해지게 되더라는 얘기를 들으며 결코 이런 사연이 한 사람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또한 어떻게 해서든 취직에 성공은 했는데 이제는 명절 날 친지들과 모이는 자리에서 툭하면 너 언제 결혼을 할 거냐고 압력(?!)이 들어 오더랍니다. 그렇게 한 두해 지나면서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명절이 두려워지고, 결국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친지들 간의 모임에도 참석을 주저하게 되는 것이 바로 글쓴이가 기억하는 후배였고 그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식적인 자리에서나마 동안을 가지고 있다면 나이를 먹었다는 소리라든가 그 나이에 걸맞는(?!) 조건등에 대한 부담스런 질문 공세라든가 그 밖의 여러 부대적 압력에서 훨씬 자유롭고 스트레스를 덜 받지 않겠습니까.


 그에 반해 미국인들은 어떻게 삶을 바라보고 생활을 할까요...글쓴이가 미국에 와서 느낀 것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곳의 사람들이 한국인들에 비해서 굉장히 여유가 넘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캠핑이다 혹은 무슨 파티다 해서 주말마다 놀러 다니질 않나.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직이 되지 않아도 한국 사회만큼 조바심을 치지도 않고 주변에서 누가 물어 보지도 않으며 결혼 여부는 두말할 것도 없더군요. 글쓴이가 전에 송고했던 어느 미국인의 나이를 뛰어넘는 로맨스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해 보세요!)라는 포스팅의 주인공인 에드나 글로리아같은 이들을 보면 미국이라는 나라가 정말로 잘 살기는 잘 사는 모양이라는 느낌을 절로 받게 됩니다. 자신들의 젊은 날 열심히 일해서 꼬박꼬박 연금을 부었고 이제 정년이 되어서 그 연금만 타서 생활을 해도 주말마다 파티에다가 때만 되면 둘이서 여행도 다닐만큼 이곳의 실질적인 물가나 생활 여건 전반이 한국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좋다는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좀더 진지하게 바라보게 되고 진정으로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언제든 하면 된다는 생각들이 확고하다 보니, 시간의 흐름에 대해서 좀더 여유롭고 동안에 대한 열망도 상대적으로 훨씬 덜한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필자가 글로리아를 알게 되면서, 그리고 에드와 함께 그녀의 집에 종종 초대를 받아 potluck 파티를 통해서 알게 된 중년의 다른 백인 여성분들에게 이 부분에 대한 사항을 넌지시 물어 보면 그들 역시 인간이고 더군다나 여성인지라 실제 연령보다 젊어 보이는 동안을 좋아하는 것은 분명했지만, 거기에 크게 집착하거나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거나 파티에서 주고 받는 얘기의 주요 화제로 올릴 생각은 별로 없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하곤 하면서 확실히 우리와는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여러모로 많이 다르구나라는 점을 실감하게 되더군요.


3. 타인의 외모에 신경쓰지 않는 사회 분위기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한국은 다른 이의 외모나 조건에 너무나 관심이 많은 사회입니다. 이것이 많은 경우에 있어서, 본인의 개인적 발전과 선의의 경쟁을 유발하는 측면에 분명 보탬이 되기도 하지만 그 반대 급부의 상황도 아주 많지요.

  자동차도 일정기간을 타고 난 후, 겉으로 보나 기능면에서나 지극히 멀쩡해도 신형으로 바꾸어야만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받지 않게 되고 오랜만에 친구들이 모이는 동창회라도 한번 나가려고 했더니만 옷들이 하나같이 후줄근하니 유행에 한참 뒤떨어져서,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무리를 해서라도 옷을 하나 장만하신 경험들이 한국에서 사회 생활을 해 보신 분들에게는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사회 분위기는 외모에도 크게 작용을 해서 친구들을 만났는데 유독 자기만 나이가 더 들어 보이면 왠지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게 느껴지고 울적하고 우울한 기분과 함께 알 수 없는 소외감을 느끼게 되지요. 그리고 이런 생각을 더욱 부채질이라도 하려는 듯 매스컴에서는 이런 말들이 끝없이 쏟아집니다. 이젠 외모도 경쟁력이라고!...가뜩이나 사회적으로나 다른 여러 면에서 소위 무한 경쟁에 시달리는 자신에게 이 문구는 엄청난 심리적 압박으로 느껴질 겁니다.


  반면에 미국인들은 상대방의 외모나 그 밖의 상황에 별다른 관심 자체가 아예 없습니다. 자동차가 거의 똥차(?!) 수준의 모습을 보이든말든 이들은 아무 거리낌없이 그 차를 끌고 거리에 나와 태연히 몰고 다닙니다. 무슨 모임에 간다고 굳이 새 옷을 따로 장만할 필요도 없고 단지 단정하고 정갈하게 보이면 그것으로 만사 OK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고는 외모에도 작용을 해서 다른 이가 어떻게 꾸미고 다니든 혹은 얼마나 젊게 보이든간에 그것은 나와는 무관한 일일뿐입니다. 

  설령 그것이 부럽다고 해도 다른 이들과 그런 부분을 공공연하게 얘기하기보다는 조용히 나름의 선택을 합니다. 이를테면, 한국과 같이 보톡스 시술을 받는다던가 아니면 성형 수술같은 의료적 방법부터 다이어트 혹은 식이 요법, 각종 미용 맛사지등을 시도하지요. 그러나 이 부분에 있어서도 미국 여자들이 분명히 관심이 많지만 일단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는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성형 수술이나 보톡스같은 시술은 헐리우드의 일부 연예인이나 톱 스타 혹은 물질적 여유가 상대적으로 좀더 풍요로운 이들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강한 편입니다. 자연히 성형수술같은 의료적 방법을 택하는 여자들의 비율도 한국에 비해서는 낮은 상황이지요. 또한 각종 다이어트나 식이 요법이란 부분에서도 우리와는 식생활 자체가 워낙 다른데다가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30살 안팎을 넘어가면서는 아주 뚜렷하게 실제보다 5~6년은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관계로 소위 동안이라는 화두 자체가 한국 사회에서만큼 큰 일상적 이슈가 되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상당히 흥미로운 점은 필자가 한국의 여자 연예인들 중 동안으로 소문난 몇몇 이의 얼굴 사진을 다운 로드해서 젊은 백인 여성들에게 보여 주었더니, 그들이 한결같이 하는 대답이, 한국 여자 연예인들이 어리게 보인다는 말보다는 피부가 참으로 깨끗하고 매끄러워 보인다는 칭찬을 하더군요. 정확히 말해서 이들에게 젊게 보인다는 기준은 말 그대로의 어리고 젊게 보이는 동안이 아니라 오히려 전통적인 미인의 잣대에 가까웠던 피부의 잡티나 주근깨 등이 없는 깨끗한 피부의 얼굴이라는 생각을 잠시나마 가져 보았었습니다...


결론
  ...어찌되었거나 글 머리에서도 일부 밝혔었지만 결론적으로 말해서, 미국 여자들 혹은 미국인들에게 한국 사회에서 보여지는 만큼의 동안 열풍은 없다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차이를 보이게 된 이유는 나이로 대표되는 연공 서열주의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수 많은 압박들, 삶 자체에 대한 가치관의 다름과 사회 부대적 여건 등이 한국 사회보다는 여러 면에서 윤택하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거기에 상대의 외모나 부대 조건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미국인들의 개인주의적 속성이 겹치면서 한국 사회같은 광범위하고 전반적인 동안 열풍으로까지는 번지지 않는 단초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며 마지막으로 짤막한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면서 오늘의 글을 마칠까 합니다.

  지난 1992년 LA 흑인폭동으로 인해 수 많은 한인들의 상가가 불타거나 큰 피해를 입었었지요. 그때 피해를 입었던 교민들의 사연 중 하나인데, 이 분이 미국에 건너와서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죽도록 일만 해서 집을 구입할 때, 그리고 가게를 오픈할 때 은행에서 대출받았던 돈을 모두 갚고 7년만에 상점을 새로 단장하고 문을 열던 바로 그 당일에(!!!), 흑인 폭동이 발발하면서 자신의 상점이 완전히 불에 타서 없어지는 것을 지켜 보면서 과연 내가 무엇을 위해 여태껏 이 고생을 했는지에 대해 분노와 슬픔, 억울한 마음 한편으로는 커다란 허탈함과 함께 큰 반성과 자각이 생기더랍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물론 열심히 일을 하시지만 주말에는 시간을 비우고 놀러 다니기도 하면서 자신의 삶 자체에 대해서 좀더 여유를 찾게 되었다고 하십니다. 비단 이 교민 한 사람이 아니라 당시 흑인 폭등으로 인해서 한인들 대부분의 생활 패턴이 많이 변했고, 덕분에 그 전처럼 아둥바둥 돈을 모으려는 모습보다는 주변의 상황이나 한인들의 커뮤니티 강화 혹은 정계 진출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니 LA흑인 폭동은 그 원인과 이유야 어찌되었든간에 결과적으로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셈인데요. 

  필자가 이 사연을 언급한 이유는 지금의 한국 사회도 LA 흑인폭동 당시의 한국 교민들의 모습과 본질적으로 다를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사회 전체가 무한 경쟁만을 강요하고 적당한 나이에 사회적 지위를 획득해야만 하며, 그러한 여러 제반 조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인생의 여유라든가 질적인 삶이라는 말은 한갓 사치로 치부하고 묻어둔 체, 오늘도 모두가 맹렬하게 생활 전선에 뛰어 들지만, 대부분은 경쟁의 대열에서 탈락하는 낙오자의 신세가 될 수 밖에 없는 사회...그러다 보니 하루하루 시간은 지나가고 나이는 먹어 가는데, 정작 자신이 이룬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은 처량하고 허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상쇄시켜 주는 길이, 무슨 외모 지상주의에 찌든 일명 된장녀라서가 아닌 바로 자신의 외모를 가꾸고 보다 젊게 보이려는 무언의 노력으로 표출된 것은 아닌지...
그리고 다른 이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신경쓰게 만드는 집단주의적인 사회 분위기에다가 하루하루가 급변하고 불안한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자신의 자아와 정체성을 젊게 보이는 외모로써 확인하고 커버하려고 하는 복잡다단하고 기이한 사회적 심리 현상의 서글픈 단면이라는 생각에서, 위의 에피소드를 간략하게 소개해 드린 겁니다.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글쓴이는 감히 이런 꿈을 가져 봅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한국 사회에서 추구하는 가치들의 대부분은 어쩌면 매우 부질없는 것이며, 진정 여러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조건은 외적인 가치가 아닌 내적인 영역에 존재하기에, 이제는 모두가 무한 경쟁의 질주를 잠시 멈추고 한번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서 자신의 삶과 주변을 잔잔히 돌아보며, 진정 본인이 추구하고픈 인생의 가치나 목표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모색해 가는, 진짜 활력과 젊음이 넘쳐 흐르는 사회(!!!)로 거듭나기를 희망하면서 필자는 오늘의 포스팅을 이만 마치렵니다...



Posted by 네 오 NEO